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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야기

  • 관리자
  •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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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야기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이영탁

2024.8.26



1. 사랑의 조건


사랑에는 조건이 없다고 한다. 이런저런 조건을 달고 그 조건에 맞아 사랑한다면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그 조건이 달라지거나 조건에 맞지 않는 일들이 생겨나면 사랑도 달라질 것 아닌가. 그래서 조건을 따져 하는 사랑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 


부모의 자식 사랑, 자식의 부모 사랑을 예로 들어보자. 자식이 또는 부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랑하지 않을 것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있고 화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것들도 결국 따지고 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는 기대가 꺾인 때문인 경우가 많다. ‘자식은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는 말은 있어도 ‘부모는 자식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은 없다 가르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러 형제 중에서 못난 자식이 더 신경이 쓰인다는 부모도 있다. 이런 것이야 말로 조건 없이 그냥 사랑하는 진정한 사랑이라고 본다.


사랑 중에서 최고의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젊은 시절 남녀 간의 불같은 사랑은 대게 오래가지 못한다. 부모의 자식사랑은? 온갖 고생 마다하지 않고 정성을 다하는 부모의 자식 사랑은 눈물겨울 정도이다. 부모 스스로의 고난과 희생이 수반된 경우가 먆다. 그러나 이보다 더 지독한 사랑은 자신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자신이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 후회하고 반성해도 결국 자신을 버리지 못한다. 이보다 더 맹목적인 사랑이 어디 있을까 싶다.


2. 사랑과 고통


세상에는 대칭되는 두가지씩들이 있다. 전쟁과 평화, 성공과 실패, 기쁨과 슬픔, 환희와 고통 등이다. 이런 걸 보면 결국 좋기만 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나쁘기만 한 것도 없는 것 같다. 인생이 한결같지 않다는 인생무상(人生無常)도 이와 같은 의미가 아니겠는가?


사랑도 마찬가지, 사랑은 좋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기쁨과 만족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사랑에는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건 즐거운 고통이다. 힘들지만 자식 사랑의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과거 어려운 시절 자신은 먹지도 입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자식만을 보살폈던 우리 부모들의 숭고한 사랑이 이따금씩 눈시울을 적시는 건 우리들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숭고한 사랑의 예는 부모의 자식 사랑에 그치지 않는다. 남녀 간이나 친구 간에도 자신의 이해관계를 떠나 상대방을 보호하는 극진한 사랑과 희생이 있다. 역사적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자기 목숨을 기꺼이 바친 선열들의 사랑과 희생도 마찬가지. 이처럼 사랑을 더욱 숭고하게 하는 것은 바로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희생이나 고통이 아닌가 한다. 이처럼 고통과 함께하는 사랑은 인생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중요한 경험이다.


3. 사랑의 지속기간


   남녀 간의 열정적 사랑은 얼마나 오래 갈까? 결혼식장에서 주례가 신랑 신부를 향해 “평생토록 사랑하시겠습니까?” 하고 물을 때 자신있게 “네” 하고 대답하는 것을 보면서 속으로 웃을 때가 있다. 왜냐하면 남들과 달리 자신들의 사랑은 영원할 거라고 믿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다. 실제로 사랑에 빠진 열정적 감정은 1년 정도 지난 후부터는 줄어들기 시작하여 보통900일 정도까지 지속된다고 한다. 


사랑의 초기에는 본능적인 측면이 강하다. 사람이 동물처럼 변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자나 깨나 그 생각이고, 먹지 않아도 배고픈 줄 모르고, 괜히 히죽히죽 웃기도 하고. 그런 사랑이 변하지 않고 지속된다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여 동물처럼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첫사랑의 감정이 더 애틋한 이유는 대부분 오래가지 못했기 때문. 그래서 짝사랑이 되기 쉽다. 아무리 열정적인 사랑도 시간이 가면서 이성적인 사랑으로 변하고 또 결혼까지 해서 부부생활을 계속하다 보면 사랑의 형태는 계속 변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무리 다정하던 부부도 세월이 흐르면서 상대방의 단점이 자꾸 보이기 시작하여 부부싸움을 시작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이혼도 하고 졸혼도 하지만 대게는 그냥 그런 상태로 살아간다. 3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부부싸움을 한 적이 없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전문가에게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그분은 참을성이 대단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분 속은 그동안 참느라고 많이 썩어 있을 겁니다.” 라는 소리를 듣고 쓴 웃음을 지은 기억이 난다.


4. 진정한 사랑


   진정한 사랑은 어떤 것일까? 영원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일까? 그런데 영원한 사랑이 과연 있기나 할까? 영화나 소설에서나 가능하다고 하지만 거기에서도 따지고 보면 영원하지는 않다. 대게 사고나 병으로 갑자기 한 쪽이 죽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영원한 사랑이 아니라 짧은 사랑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열렬히 사랑하던 중 하나가 곤경에 처하거나 불치의 병을 앓게 될 때 연민과 함께 더 큰 사랑이 올 수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상대방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한 영원한 이별이다. 사랑과 이별이 단기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제 3자의 입장에서는 사랑은 물론 이별의 고통까지 더 극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여기서 특이한 점이 있다. 양쪽이 다 만족할 때보다 한 쪽이 무너질 때 사랑의 강도가 더 올라간다는 점이다. 어둠 속에서 빛남이 있듯이 사랑의 행복도 슬픔과 외로움으로 인해 더욱 빛나고 소중해질 수 있다. 사랑하는 상대방이 어려움에 처하거나 불치의 병을 앓게될 때 연민과 함께 더 큰 사랑이 올 수 있다. 이 경우 극단적인 상황은 상대방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한 영원한 이별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고통이다. 이 때 이별의 고통은 사랑의 깊이와 비례한다. 사랑이 오래되고 깊을수록 이별의 고통도 크다.


5. 맺는 말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 곧 삶의 목표라고 하였다. 동양의 음양사상에 따르면 행복과 불행은 번갈아 온다고 한다. 따라서 누구든 원하는 행복이지만 행복만 있는 삶은 없으며, 반대로 불행만 있는 삶도 없다. 행복 속에 불행이 있고 불행 속에 행복이 있다.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면서 평생을 살아가는 건 쉽지 않다. 처음에 시작한 불같은 사랑은 유효기간이 길지 않다. 사랑을 지속시키자면 사랑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바꾸어야 한다. 진정한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삶을 가꾸고 만들어가는 것처럼 사랑도 가꾸고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엔 대가가 있고 고통이 따른다. 


   우리는 흔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엄격한 조건을 내세운다. 그러나 참사랑은 조건이 없다. 인간이기 때문에 완전히 조건 없는 사랑을 구하는 건 어렵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무결점 인간이 되길 바라는 건 넌센스다.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건 욕심이 지나쳐 바보 같은 짓이다. 인간은 고쳐지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게 참사랑이다. 우리는 대게 가장 가까이서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오래도록 사랑해야 할 사람에게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운다. 그래서 성공한 예를 보기라도 했던가. 


상대방의 강점은 물론 약점까지도 사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참사랑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필자도 감당할 수 없는 말이긴 하지만. 차제에 우리 모두 멋진 사랑의 승리자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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