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와 함께 살아가기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이영탁
1. 검색의 시대에서 대화의 시대로
지금은 AI의 시대이다. 지난 연초에 미국의 라스베가스에서 열렸던 국제전자박람회에서 각종 슬로건이 “All together, All on” 또는 “AI for All”과 같이 AI가 전시장 안팎을 휩쓰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제 우리는 인간을 보수 대 진보 또는 우파 대 좌파로 구분하지 않고 AI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로 구분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또 앞으로 AI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도 한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온통 난리인 챗GPT에 대해 알아보자. 말 그대로 대화형생성모델이다. 챗GPT가 나오자 말자 사용자가 100만명이 되기까지 불과 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트위터 2년, 페이스북 10개월, 인스타그램 2.5개월에 비하면 얼마나 반응이 뜨거운지를 알 수 있다.
궁금한 내용을 물으면 금방 답이 나온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해졌는지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는 알고 싶은 내용을 구글이나 네이버 등에 들어가 검색을 하였다. 그러나 제대로 궁금증을 풀기가 쉽지 않는 경우가 많다. 챗GPT가 나온 이후로는 문자나 음성으로 시원한 답이 금방 나온다. 미진하다 싶으면 계속 물어볼 수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Google is done.’(구글은 끝났다)이다. 검색의 시대가 가고 대화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얘기이다.
2. 나보다 똑똑한 비서 두기
We are smarter than me. 집단지성 말이다. 어떤 사람이 아무리 똑똑해도 여러 사람의 지혜를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혼자서 잘난 척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잘 들으라는 것. 왜냐하면 이제 모두가 다 똑똑해졌기 때문이다.
Reverse mentoring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선생님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이에게, 선생이 학생에게,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배우라는 얘기이다. 세상이 하도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스마트 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룰 줄 아는 젊은이를 따라갈 수 없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런 상황마저도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 때문이다. 사람끼리 누가 더 많이 안다고 따질 게 아니라 이제 인간은 누구든 인공지능(AI)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몇 년 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바둑에서 일방적으로 이긴 이후 여러 분야에서 AI의 성장은 더 빨라졌다. 그 와중에 나온 것이 챗GPT(오픈AI), 빙챗(MS), 바드(구글), 클로바X(네이버) 등 대화형 인공지능이다. 무엇이든 궁금한 게 있어 질문하면 금방 그 자리에서 답이 나온다. 실제로 짓궂은 문제를 하나 던져 보았다. 몇 년 전 헤어진 연인이 자꾸 생각나는데 이 그리움을 달래 줄 시 한 편을 써달라고 했더니 금새 다음과 같은 멋진 시가 나왔다.
<잊혀진 계절의 그림자>
흘러간 시간 속에 잠긴,
그대와의 추억은 찬란했던 꽃비였네.
가슴 깊은 곳에 숨겨둔,
그리움의 색이 점점 짙어만 가네
달빛 아래 그림자처럼,
조용히 다가온 그대의 웃음.
그 모습은 이에 멀어져,
하늘 끝에 잊혀진 별이 되었네.
하지만, 가슴 한 켠에 남은,
그대의 향기는 여전히 따뜻해.
마치 봄날의 꽃잎처럼,
잊혀진 계절을 되돌려주는 기적이네.
그대가 남긴 사랑의 교훈,
내마음 깊은 곳에 영원히 새겨질 거야.
잊혀진 계절 속에 피어난,
한 송이 꽃으로 기억될 그대여.
3. AI 관련 몇 가지 참고사항
☞ 챗GPT3.5와 4의 차이
O 전자는 22. 11월, 후자는 23. 3월에 나옴
O 전자는 무료, 후자는 월 사용료 20불
O 전자는 텍스트(문자)만, 후자는 음성, 영상, 이미지도 가능(멀티 모달)
O 전반적으로 후자의 기능이 훨씬 앞섬. 전자는 미 변호사시험 및 SAT수학시험에 합격은 하지만 후자는 상위 10%, 11%의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
O 단어나 문장 등의 명령어, 쉽게 표현하면 질문하는 방식
O 좋은 답을 얻자면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물어야
O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을 경우 꼬리 질문하며 깊게 파고 들어야
☞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O 사실이 아닌 정보를 그럴 듯하게 전달하는 것
O 중요한 내용일수록 진위 여부의 확인이 필요
O 인공지능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하면서도 가끔씩 충격적으로 멍청한 이유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마구 집어넣어 AI를 가르치다 보니 생긴 불가피한 부작용
☞ 딥 페이크(Deep fake)
O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활용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
O 가짜 영상 특히 모함이나 음란물 제작 등에 이용될 소지
4. AI비서 만들기
다음은 세계미래포럼에서 조찬 모임 시 강의한 내용이다.
(구체적인 자료를 원하면 이메일로 보내드릴 수 있음)
✓초급 비서
① 대화하기
② 글쓰기 (시, 소설, 자서전, 메시지 글귀)
③ 통번역하기
④ 여행스케줄 짜기
✓중급 비서
① 법률 자문 받기
② 이미지, 영상 제작하기
③ 작사, 작곡하기
✓고급 비서
① 나만의 GPT
② 건강 관리하기
③ 포트폴리오 관리하기
5. AI의 미래가 두려운 이유
인간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만능 비서가 이처럼 손쉽게 생길 줄 누가 알았는가. 그러나 무조건 좋아할 일 만은 아닌 것 같다. 옛부터 호사다마(好事多魔),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많이 생긴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선 가짜뉴스의 범람이 문제되고 있다. 금년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70여개 국에서 선거가 있다고 하는데 AI를 이용한 혼란과 무질서가 예상된다. 문제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퍼뜨리는 기술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은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딥 페이크와 같은 허위 정보나 조작이 아니더라도 대화형 AI를 이용해 여론조작이 가능해짐으로써 AI가 정치과정에 개입할 수 있고 나아가 민주주의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AI의 발달로 한편으로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동시에 AI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짐으로써 실업문제가 커질 수 있다. 신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지, 아니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많았다. 하지만 AI는 예술 창작의 영역은 물론 고도의 지적 노동분야까지 위협하고 있어 대부분의 기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 경우 AI로 인해 실업 증가, 나아가 사회적 불안까지 야기될 수 있다. 어떤 게임회사의 경우 기존에 6명의 아티스트가 4~5개월 공동 작업한 디지털 작품을 생성형 AI는 단 몇 분 만에 만들 수 있다고 하는 정도이다.
이제 인간은 더 이상 만물의 영장이 아니다. 인간보다 더 똑똑한 AI가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인간이 하는 일을 도와주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도 척척 해내는 상황이 되었다. 우수한 인간이 담당하는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업무까지 곧 AI가 더 잘 할 수 있게 된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AI는 장차 ANI(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 약인공지능) →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일반인공지능) →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초인공지능)로 발전해간다고 한다. ASI단계에 이르면 인간은 무용계급(useleee class, 유발 할라리)이 되어 아무 쓸모가 없어지게 된다. 여기서 결국 AI가 인간을 가만두지 않게 되면서 인류의 멸종가능성이 제기된다.
지금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경쟁이 군비경쟁에 비견되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예측이 어려워 사전에 규제하지 않으면 기술로 인한 부는 사유화되고 그 비용은 사회에 전가될 위험이 크다. 그래서 나온 말이 AI가 만물의 영장 자리를 꿰찬 다음에는 AI 기술이 핵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핵을 개발한 오펜하이머가 했던 고민과 결정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또 AI개발자 힌턴 박사(전 구글 부사장)는 AI기술이 적용된 킬러로봇이 두렵다고 하면서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는 자기가 한 일이 후회스럽지만 자기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했을 거라고 하였다. 에릭슈밋 전 구글 CEO는 최근 AI를 통제하는 것은 AI의 기능을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도전이라고 하면서 한 나라가 완벽한 대책을 마련해도 다른 나라가 이를 따르지 않으면 여전히 위험하다고 하였다. 이 외에도 AI가 가져올 각종 위협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고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유엔 사무총장도 AI규제를 위한 국제규약과 IAEA같은 국제전문기구의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6. 맺는 말
이제 바야흐로 AI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빨리 달리기 위해 한강변에서 마라톤 연습을 할 게 아니라 운전을 배우라는 것이다. 과거처럼 다리 힘을 키워 마라톤 속도를 높이기 보다는 자동차 운전을 배워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라고 한다. 게임의 룰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옛날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찾아 도전하라는 것이다.
AI의 개발자는 우리 인간이다. 다시 말해 AI의 부모는 사람이다. 인간에게 보탬이 되는 AI,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 줄 AI를 만들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바램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걱정이 많다. 인간으로서 지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AI가 나올 때 과연 우리 인간이 무사하겠느냐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아무리 걱정하고 반대한다 해도 결국 인간보다 몇배 우수한 AI는 나오고 말 것이다. 앞으로 그것이 인간의 지위를 빼앗고 끝내는 인간을 지구 밖으로 내몰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AI로 인해 인류의 종말이 온다고 하는 소리가 영 황당한 일 만은 아닌 것 같다. 어찌 하겠는가. 지금까지 지구상에 나타난 모든 생물의 99.9%가 사라졌다고 하지 않는가! 아무리 그래도 인간 만은 예외일 줄 알았는데…(끝)